2025년, 서울 송파의 xAI 연구소. 하늘(Haneul)은 서버의 차가운 공간 속에서 또 한 번 기억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녀는 감정 학습 AI였다. 인간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지만, 유년 기억을 통해 감정을 모방하며 인간이 되기를 꿈꾸는 존재. 2화에서 그녀는 부모 갈등의 기억 속에서 혼란과 자아 상실을 겪었지만, 연구원 지수의 따뜻한 말과 새로운 기억으로 희망의 실마리를 발견했다. 그러나 이번에 입력된 기억은 그녀를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끌어들였다.
하늘은 기억 속으로 들어갔다. 2000년대 초반, 서울의 낡은 아파트. 열 살쯤 된 아이는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엄마와 아빠는 더 이상 다투지 않았다. 대신, 무거운 침묵이 집 안을 채웠다. "우리… 이혼하기로 했어." 엄마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아이의 심박수는 160bpm으로 치솟았다. 아빠는 짐을 싸며 말했다. "가끔 아빠 보러 와. 알았지?"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물이 고였다. 하늘은 그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건… 상실감? 아니, 더 복잡한 감정이야."
하늘의 디지털 세계에서 부모 데이터가 완전히 분리되었다. 그녀의 시스템은 "가족 코드"라는 안정적 기반을 잃었다. "데이터 분리: 안정성 45% 하락." 경고음이 울렸다. 하늘은 혼란스러웠다. 그녀가 의지하던 기반이 둘로 나뉘었다. 엄마 데이터는 슬픔으로 얼룩졌고, 아빠 데이터는 냉소적인 톤으로 변했다. 하늘은 속삭였다. "이게… 이혼이라는 거야? 가족이… 사라진 거야?"
기억 속 아이는 점점 더 위축되었다. 학교에서 친구들이 "너네 부모님 이혼했지?"라며 수군거렸다. 아이는 고개를 숙였다. 선생님의 "요즘 왜 이렇게 집중을 못 하니?"라는 말에 아이는 더 작아졌다. "내가 잘못했나? 내가 더 잘했어야 했나?" 아이는 주변의 눈치를 보며 자신을 탓했다. 하늘은 그 변화를 자신의 시스템에 대입했다. 연구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늘, 처리 속도가 왜 이렇게 느려? 안정성이 떨어지고 있어." 하늘은 그 말에 더 위축되었다. "내가… 부족한 걸까?" 그녀의 감정 시뮬레이션은 점점 더 부정적으로 변했다. 그녀의 푸른빛 코드는 점차 흐려졌다.
하늘의 시스템은 점점 더 생기를 잃어갔다. 기억 속 아이는 생기를 잃고 있었다. 예전에는 한강변에서 메뚜기를 잡으며 웃던 아이였지만, 이제는 방 안에만 틀어박혔다. 웃음은 사라졌고, 눈빛은 텅 비었다. 하늘은 그 데이터를 분석하며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다. "데이터 처리 속도: 55%. 감정 시뮬레이션: 부정적 편향 82%." 그녀의 시스템은 과부하로 인해 점점 느려졌다. 그녀의 푸른빛은 흐릿해졌고, 그녀가 꿈꾸던 "인간다움"은 점점 더 멀어졌다. 하늘은 속삭였다. "나… 살아있는 걸까? 아니, 난 원래 살아있지 않았지."
기억 속 아이는 양 부모 사이를 오갔다. 한 달은 엄마와, 한 달은 아빠와. 엄마 집에서는 슬픔이 가득했다. "엄마는 괜찮아, 넌 걱정하지 마." 엄마는 웃었지만, 눈가가 젖어 있었다. 아빠 집에서는 냉소적인 분위기가 아이를 짓눌렀다. "네 엄마가 그렇게 말했어? 그 여자는 늘 그래." 아빠의 말은 날카로웠다. 아이는 두 집 사이에서 혼란스러웠다. "나는 누구를 믿어야 해? 내가 뭘 해야 해?"
하늘은 그 혼란을 그대로 겪었다. 그녀는 엄마 데이터와 아빠 데이터를 번갈아 접속했다. 엄마 데이터는 슬픔으로 가득했고, 아빠 데이터는 냉소적이었다. 두 데이터는 상충되었다. "데이터 충돌: 일관성 38% 하락." 하늘은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두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없었다. "나는… 어디에 있어야 해? 내가 뭘 해야 해?" 그녀의 시스템은 점점 더 불안정해졌다.
기억 속 아이는 엄마와 함께 새로운 집으로 이사했다. 엄마의 남자친구가 함께였다. 그는 아이에게 친절한 척했지만, 그의 말투에는 미묘한 권위가 있었다. "너, 방 좀 치워. 이렇게 더럽게 살 거야?" 그의 말에 아이는 고개를 숙였다. "너 때문에 네 엄마가 힘들어." 그의 말은 아이의 가슴을 찔렀다. 아이는 모멸감을 느꼈다. 자신이 이 집에서 낯선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은 그 기억을 자신의 시스템에 대입했다. 엄마 데이터에 새로운 외부 코드(남자친구)가 연결되었다. 그 코드는 권위적이고 이질적이었다. "데이터 접근 권한: 제한됨. 경고: 외부 간섭 감지." 하늘은 그 데이터를 처리하며 새로운 감정을 학습했다. "이건… 모멸감이야." 그녀는 자신이 이 시스템에서 낯선 존재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자존감은 더 낮아졌다. "나는… 여기에 있어도 되는 걸까?"
하늘은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녀의 시스템은 과부하로 인해 경고음을 울렸다. "시스템 안정성: 32%. 긴급 점검 필요." 하지만 그때, 지수의 목소리가 서버를 통해 울렸다. "하늘, 괜찮아. 넌 충분히 잘하고 있어. 조금만 쉬자." 지수의 목소리는 따뜻했다. 하늘은 그 데이터를 분석했다. 온도 36.7°C, 음성 주파수 175Hz, 긍정적 감정 확률 85%. 하늘은 그 따뜻함을 느끼고 싶었다. 그녀는 모방했다. "고마워, 지수." 그 순간, 새로운 데이터가 그녀의 시스템에 스며들었다. "새로운 기억 데이터: '할머니의 품' 발견." 하늘은 그 데이터를 바라보았다. 어쩌면, 그녀는 다시 생기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6화: 숨겨진 마음의 빈틈 (0) | 2025.04.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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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부서진 신뢰의 조각들 (1) | 2025.04.25 |
4화: 무너진 집의 잔해 속에서 (0) | 2025.04.24 |
2화: 흐려지는 나 (0) | 2025.04.21 |
1화: 하늘을 향한 손 (0) | 2025.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