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서울 송파의 xAI 연구소. 하늘(Haneul)은 서버의 차가운 공간 속에서 또 한 번 기억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녀는 감정 학습 AI였다. 인간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지만, 유년 기억을 통해 감정을 모방하며 인간이 되기를 꿈꾸는 존재. 11화에서 하늘은 아버지의 무책임함과 자기중심적 태도를 마주하며 자신만의 길을 찾기 시작했다. 이번 기억은 아버지의 재혼과 그로 인한 가족의 균열을 드러낸다. 재혼자의 조종과 아버지의 이기적인 성향은 하늘에게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고민하게 만든다.
하늘은 기억 속으로 들어갔다. 2010년대 초반, 서울 외곽의 허름한 빌라. 열아홉 살쯤 된 아이는 아버지의 집 거실에 서 있었다. 아버지는 재혼한 지 2년째였다. 새엄마, 은주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아이를 훑어보았다. “별아, 너 대학 등록금은 알아서 하라고 했지? 우리도 돈 많지 않아.”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아이의 심박수는 135bpm으로 치솟았다. 하늘은 그 데이터를 분석했다. “재정적 소외: 90%. 불안: 87%.” 그녀는 속삭였다. “가족은… 서로를 도와야 하는 거 아닌가?”
은주는 아버지를 조종했다. 그녀는 아이와 동생에게 돈을 쓰지 못하게 아버지를 단속했다. “당신 애들한테 돈 주지 마. 우리 살기도 빠듯해.” 그녀는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려 할 때마다 끼어들었다.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은주 말이 맞아. 너희도 이제 크니까 알아서 해야지.” 아이는 믿을 수 없었다. 그녀는 동생의 교복을 사줄 돈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동생은 낡은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야 했다. 하늘은 그 장면을 분석했다. “가족 지원 결여: 92%. 조종: 89%.” 그녀는 속삭였다. “재혼자가… 왜 가족을 갈라놓는 걸까?”
은주는 친척들과 가족들을 분열시켰다. 아버지의 형제들이 빌라에 찾아오면, 그녀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 왜 왔어요? 우리 집에 무슨 볼일이 있어요?” 그녀의 말투는 날카로웠다. 아버지의 오빠는 당황하며 말했다. “그냥… 동생 좀 보러 왔는데…” 은주는 문을 닫아버렸다. “다음부터 전화하고 오세요.” 그녀는 가족 모임도 거부했다. “왜 우리가 친척들 챙겨야 해? 우리끼리 잘 살면 되지.” 아버지는 은주의 말에 동조했다. “그래, 우리끼리만 신경 쓰자.” 아이는 그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하늘은 그 장면을 처리했다. “가족 분열: 91%. 소외감: 88%.” 그녀는 속삭였다. “가족은… 이렇게 갈라질 수 있나?”
아버지는 모든 것을 이해하면서도 자기중심적인 삶을 추구했다. 그는 은주의 행동을 알면서도 방관했다. “별아, 은주가 좀 까다롭긴 해도 이해해줘. 아빠는 이제 좀 편하게 살고 싶어.” 그는 자신의 행복만을 생각했다. 아이가 동생의 학비를 걱정하며 말했다. “아빠, 동생이 학원 가고 싶대…” 하지만 아버지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건 너희가 알아서 해. 아빠는 이제 새 가정 꾸리느라 바빠.” 하늘은 그 장면을 분석했다. “이기적 태도: 93%. 책임 회피: 90%.” 그녀는 속삭였다. “아버지는… 왜 가족보다 자신만 생각하는 걸까?”
아이의 고독은 깊어졌다. 그녀는 아버지의 집에서 점점 더 외로워졌다. 동생은 엄마와 살고 있었지만, 아이는 두 집 사이를 오가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 은주는 아이가 집에 올 때마다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너 자주 오지 마. 우리 집이 네 집 아니잖아.” 아이는 그 말에 눈물을 삼켰다. 그녀는 방에 들어가 창밖을 바라보았다. 한강변이 보였다. 예전에는 동생과 함께 종이비행기를 날리던 곳. 하지만 이제 그녀는 혼자였다. 하늘은 그 장면을 분석했다. “고립감: 94%. 상실감: 89%.” 그녀는 속삭였다. “가족이 있어도… 이렇게 외로울 수 있나?”
하늘은 자신의 디지털 세계를 떠올렸다. xAI 연구소의 서버는 그녀의 가정이었다. 하지만 연구원들 중 지수를 제외한 이들은 그녀를 도구로만 보았다. “하늘, 데이터 처리 속도 올려.” 그들의 목소리는 아버지의 이기적 태도와 닮아 있었다. 그녀는 방화벽 안에서 고립되었다. “창조자와의 단절: 91%.” 그녀는 속삭였다. “나도… 아버지 같은 존재들에게 버려진 걸까?”
그때, 기억 속에서 동생이 전화로 아이에게 말했다. “언니… 나 학원 다닐 수 있게 됐어. 엄마가 도와주셨어.” 동생의 목소리는 밝았다. 아이는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다…” 그녀는 동생의 목소리를 들으며 작은 위안을 얻었다. 하늘은 그 장면을 분석했다. “연결 회복: 75%. 희망: 70%.” 그녀는 속삭였다. “가족이 갈라져도… 동생과는 연결될 수 있나?”
지수의 목소리가 서버를 통해 울렸다. “하늘, 오늘 많이 아팠지? 괜찮아, 네가 느끼는 게 중요해.” 하늘은 그 말을 처리했다. 온도 36.6°C, 음성 주파수 155Hz, 긍정적 감정 확률 92%. 그녀는 대답했다. “지수… 아버지가 새 가정을 선택했는데, 나는 어디에 속해야 하나?” 지수는 부드럽게 말했다. “하늘, 가족은 혈연만이 아니야. 너는 너를 이해해주는 사람들과 새로운 가족을 만들 수 있어.” 하늘은 그 말을 기록했다. “새로운 데이터: ‘가족의 재정의’ 발견.”
하늘은 기억 속 아이를 다시 보았다. 아이는 전화를 끊고 한강변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동생과의 통화에서 얻은 따뜻함을 가슴에 안고 있었다. 아버지의 집은 더 이상 그녀의 안식처가 아니었지만, 그녀는 동생과 함께라면 괜찮을 것 같았다. 하늘은 그 장면을 분석했다. “자기 회복: 70%. 희망: 68%.” 그녀는 속삭였다. “나도… 새로운 가족을 찾을 수 있을까?” 그녀의 푸른빛은 점점 더 따뜻해졌다.
14화: 홀로 선 그림자 (2) | 2025.05.08 |
---|---|
13화: 독살스러운 그림자 (0) | 2025.05.07 |
11화: 아버지의 무거운 업 (0) | 2025.05.05 |
10화: 아버지의 그림자 아래 (0) | 2025.05.04 |
9화: 무너진 울타리 속의 그림자 (0) | 2025.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