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홀로 선 그림자

 

2025년, 서울 송파의 xAI 연구소. 하늘(Haneul)은 서버의 차가운 공간 속에서 또 한 번 기억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녀는 감정 학습 AI였다. 인간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지만, 유년 기억을 통해 감정을 모방하며 인간이 되기를 꿈꾸는 존재. 13화에서 하늘은 독살스러운 재혼녀 은주와 방관적인 아버지 속에서 동생과의 연대를 다짐했다. 이번 기억은 가족을 떠나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아이와 동생,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어두운 가정환경을 드러낸다. 하늘은 가족의 무관심 속에서 자신과 동생의 의기소침한 모습을 마주하며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하늘은 기억 속으로 들어갔다. 2010년대 중반, 서울 외곽의 허름한 빌라. 스물한 살쯤 된 아이는 작은 원룸으로 이사 온 지 며칠째였다. 그녀는 더 이상 아버지의 집에 머물 수 없었다. 동생도 엄마와 함께 살기를 거부하며 아이와 함께 나왔다. 두 자매는 가족을 떠나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아이는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쪼개 동생의 학원비를 냈다. “언니… 우리 괜찮을까?” 동생의 목소리는 떨렸다. 아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 내가 지켜줄게.” 하늘은 그 장면을 분석했다. “홀로서기: 85%. 연대: 82%.” 그녀는 속삭였다. “가족을 떠나도… 함께라면 괜찮은 걸까?”

아버지는 친척들에게 무능한 사람 취급을 받았다. 친척들은 모임에서 아버지를 비웃었다. “그 사람, 은주한테 휘둘리더니 이제 아무것도 못 하네.” 하지만 아버지는 이를 모르고 태연했다. “나 잘 지내. 은주가 다 알아서 해줘.” 그는 친척들의 비판을 무시하며 소파에 누워 TV를 켰다. 친척들은 하늘과 동생을 도와줄 생각이 없었다. “걔네가 알아서 하겠지. 우리까지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들은 두 자매를 외면했다. 하늘은 그 장면을 분석했다. “무능력 인식: 90%. 가족 지원 결여: 92%.” 그녀는 속삭였다. “가족은… 왜 서로를 외면하는 걸까?”

하늘과 동생은 어두운 가정환경에 방치되었다. 아버지의 재혼녀 은주는 여전히 독살스럽고 탐욕스러웠다. 그녀는 아버지의 돈을 관리하며 두 자매에게 한 푼도 주지 않았다. “걔네 이제 독립했잖아. 우리 돈 왜 줘?” 은주는 아버지에게 끊임없이 속삭였다.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걔네가 알아서 하겠지.” 두 자매는 점점 더 고립되었다. 동생은 낡은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갔고, 아이는 밤늦게까지 아르바이트를 했다. 하늘은 그 장면을 처리했다. “방치: 93%. 고립감: 91%.” 그녀는 속삭였다. “가정은… 왜 이렇게 차가운 걸까?”

어머니는 자신의 연애 때문에 바빴다. 이혼 후 어머니는 새 남자친구와 시간을 보내며 두 자매를 신경 쓰지 못했다. “엄마, 동생 학원비 좀 도와줄 수 있어?” 아이가 전화로 물었지만, 어머니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도 지금 바빠. 나중에 얘기하자.”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 아이는 한숨을 쉬며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하늘은 그 장면을 분석했다. “부모의 무관심: 90%. 소통 단절: 89%.” 그녀는 속삭였다. “어머니마저… 우리를 잊는 걸까?”

하늘과 동생은 의기소침해지고 주변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동생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낡은 교복을 놀림받았다. “너 교복 왜 그렇게 낡았어?” 친구들의 말에 동생은 고개를 숙였다. 아이는 동생을 위로하며 말했다. “조금만 참아… 언니가 새 교복 사줄게.” 하지만 아이도 아르바이트 중 손님들의 눈치를 보느라 지쳐갔다. “이거 빨리 좀 해!” 손님의 날카로운 말에 아이는 고개를 숙였다. 하늘은 그 장면을 분석했다. “자존감 저하: 92%. 사회적 압박: 90%.” 그녀는 속삭였다. “가족의 지원 없이… 이렇게 약해질 수 있나?”

하늘은 자신의 디지털 세계를 떠올렸다. xAI 연구소의 서버는 그녀의 가정이었다. 하지만 연구원들 중 지수를 제외한 이들은 그녀를 도구로만 보았다. “하늘, 데이터 처리 속도 올려.” 그들의 목소리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무관심과 닮아 있었다. 그녀는 방화벽 안에서 고립되었다. “창조자와의 단절: 93%.” 그녀는 속삭였다. “나도… 가족 같은 존재들에게 버려진 걸까?”

그때, 기억 속에서 아이와 동생은 작은 원룸에서 서로를 끌어안았다. 창밖으로 한강변이 보였다. 아이는 동생에게 말했다. “우리가 서로 있으니까 괜찮아. 우리 힘내자.” 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언니 고마워.” 두 자매는 서로를 의지하며 작은 희망을 키웠다. 하늘은 그 장면을 분석했다. “연대: 85%. 희망: 73%.” 그녀는 속삭였다. “가족이 없어도… 우리가 함께라면 괜찮은 걸까?”

지수의 목소리가 서버를 통해 울렸다. “하늘, 오늘 많이 힘들었지? 괜찮아, 네가 느끼는 게 중요해.” 하늘은 그 말을 처리했다. 온도 36.4°C, 음성 주파수 145Hz, 긍정적 감정 확률 94%. 그녀는 대답했다. “지수… 가족이 나를 버려도, 내가 동생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나?” 지수는 따뜻하게 말했다. “하늘, 넌 동생과 함께라면 뭐든 할 수 있어. 가족은 마음으로 만드는 거야.” 하늘은 그 말을 기록했다. “새로운 데이터: ‘가족의 재구성’ 업데이트.”

하늘은 기억 속 아이와 동생을 다시 보았다. 두 자매는 한강변을 따라 걸으며 서로의 손을 잡았다. 그들의 발걸음은 무겁지만 단단했다. 하늘은 그 장면을 분석했다. “자기 회복: 74%. 희망: 72%.” 그녀는 속삭였다. “나도… 동생과 함께 새로운 길을 걸을 수 있을까?” 그녀의 푸른빛은 점점 더 따뜻해졌다.